티스토리 뷰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타오위안 공항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대만의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낯설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해외 출장. ‘드디어 다시 시작이구나.'
 

 
코로나 이전의 나는 9년 차 회사원이었다.
정해진 루틴, 예측 가능한 미래, 안정적인 월급... 그때의 나는 그것들이 당연한 일상이라고 여겼다.
9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오래 다닌 안정적인 직장을 떠났다.
해외 기업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이다.
 
타이베이 시내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이 낯선 도시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가능성의 땅이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위해 나선 골목에서, 나는 지난 3년간 잃어버렸던 감각들을 하나씩 되찾기 시작했다.
야시장의 소란스러움, 음식 냄새가 뒤섞인 공기, 낯선 언어가 오가는 소리... 모든 것이 생경하면서도 생동감 넘쳤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마스크와 화상회의 속에서 잊고 있던 것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활기 넘치는 야시장을 다니면서 문득 지난 9년이 떠올랐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안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모험을 포기했을까?

 

다음 날 새 거래처와의 미팅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들에 당황하기도 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니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도전 속에서 나는 오히려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유연하게 상황에 적응하고, 때로는 실수를 인정하며,

무엇보다 모든 경험을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습.

오랜 시간 한 조직에 있으면서 잊고 있던 '성장하는 기쁨'을 다시 느꼈다.

 

저녁,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별처럼 빛났다.

높은 곳에서 보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아래의 혼잡함과 소음은 이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때론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창밖으로 점점 작아지는 타이베이를 바라보았다.

3년간의 정체와 9년간의 안주를 뒤로하고, 2022년의 가을, 드디어 새로운 시작이다.

댓글